
작은 브랜드가 큰 브랜드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진정성
우연히 보게 된 브런치의 한 칼럼에서 그러더군요. 작은 브랜드의 무기는 진정성이라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토리를 적는 데서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진정성은 한 발 더 나아가서
나는 어쩌자고,
하필, 이 브랜드를 시작했을까
에서 출발해야 한다고요. 하필 그 브랜드를 시작한 이유는 오로지 저에게 있는 것이죠. 이 스토리가 울림이 있다면 공감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고 이것이 스몰 브랜드를 선택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몇 년 전에 니트나이트라는 온라인 뜨개샵을 운영했었어요. 상세페이지에 스토리를 녹여야 좋다는 얘길 어디서 주워듣고는 스토리텔링식으로 상세페이지를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어떤 리뷰에 내용이 너무 공감 되어서 물건을 사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육아에 지친 엄마들이 육아퇴근 후, 뜨개를 하며 고요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라는 스토리였습니다. 실제 제가 뜨개를 하며 고된 육아를 극복하기도 했던 이야기를 녹여냈던 것이었어요. 잃어버렸던 내 시간과 공간을 찾고 뭔가 만들어내는 데서 오는 성취감을 다른 엄마들도 느꼈으면 해서 만든 뜨개샵이었지요. 비록 실패한 초초마이크로 브랜드가 되었지만 그 경험으로 인해 스토리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어쩌자고 니트나이트를 버리고 오잉랩이라는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나는 어쩌자고 하필 오잉랩을!
표면적인 이유는 돈 때문입니다. 재테크를 하고 싶었는데 투자금이 없어서였어요. 일단 투자 할 돈만 벌자 심산이었죠. 정말 이 뿐이었을까요.
제 친언니는 오래 전부터 자영업을 해왔습니다. 저와 나이차가 좀 나는지라 블로그나 인스타와 친하진 않았어요. 게다가 오프라인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게 쉽진 않았지요. 여느 영세상공인과 마찬가지로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안 그래도 경기를 타는 업종이라 매출 변화의 폭이 컸고요. 옆에서 지켜보는데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고생을 많이 해서 꼭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요.
안타까운 마음에 도와줄 일이 없나 궁리하던 중 다시 디자인을 하면 어떻게든 일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언니가 돈 주고 맡긴 명함, 팜플릿 같은 결과물보다 더 잘 할 자신은 있었거든요. 물론 홈페이지도요.
다른 일을 찾아볼 수도 있었고, 수공예 쪽에 계속 남아있을 수도 있었지만 디자인으로 다시 돌아온 데는 제 핏줄을 돕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디자이너라고 디자인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절실히 깨닫고 마케팅과 세일즈 공부도 같이 하는 중입니다. 아직 언니의 성공에 큰 힘을 싣진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그리 될 겝니다. 누군가와 비교하면 아직도 쪼랩이지만 일 년 전 제 자신에 비교하면 엄청나게 성장했거든요.
디자인은 사업의 일부일 뿐
플랫폼트리님이 블로그 강의 때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잘 나가는 디자이너는 디자인이 아니라 마케팅과 세일즈를 잘 한다고요. 또 어느 책에서도 그러더군요. 모든 대표는 마케터가 되어야한다고요. 자기가 하는 일 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세일즈는 필수가 되었습니다. 제가 잘 나가든 언니에게 도움을 주려하든 디자인만 해서는 답이 안 나와요. 실력만 닦는다고 고객이 알아서 찾아와주는 시대는 아니니까요.
제가 왜 이 브랜드를 시작했는지 깊이 들여다보고 글을 적어보니 제가 할 일이 좀 더 명확하게 그려지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의뢰받은 일이 있었는데 이것까지 해야하나? 싶었던 고민이 말끔히 해결되었고요. 이 긴 글을 읽은 여러분은 어쩌자고, 하필 그 브랜드를 하게 되었나요? 곰곰히 생각해보시고 글로 풀어보세요. 답이 보일 겁니다 : )